도서관에 커플 열람실을 許하라! 이십대의 흔적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커플과 솔로의 지난한 투쟁의 역사이다. 유사 이래 두 집단 사이의 대립은 계속되었으며 이들의 투쟁은 전체사회의 사회적 후생 손실과 해당계급들의 보이지 않는 시기와 갈등으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해왔다. 이쯤에서 우리 솔로들은 확실한 자기 의지 반영으로 커플 중심의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타파해야 한다.

오늘로써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지난 몇 주간 도서관에서 지내면서 느낀점을 몇자 적어본다. 여느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학교 또한 시험 기간이면 학생들로 북적인다. 추수철 곡식들을 싹쓸어가는 메뚜기떼 마냥 어중이 떠중이 모여 분위기를 해치기 마련인데, 이중에서 우리 솔로들에게 가장 피해야 할 존재들이 바로 커플들이다. 이들은 시험기간의 냄새를 맡고 깨어나 도서관을 떠도는 유령 같은 존재이다. 늦가을의 더위에 취해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 보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음들 보다 두려워하고 피해야할 것들이 바로 커플이라는 족속들이다. 허나 평상시라면 두엄처럼 보고 넘겼을 이들이 도서관 당신 자리 바로 옆에서 대면해야할 고문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손을 꼭 부여잡고 도서관 데이트를 온다.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던 지라, 도서관 또한 대학 생활의 낭만을 간직하고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그들은 사이좋게 나란히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한(다?)....하는 듯하다. 각자의 책을 펴고 몇 분을 응시하다 이내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속삭이며 서로의 의사를 교환한다. 이 얼마나 올림픽 정신다운 훈훈한 광경인가! 이들에게 주변의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낱 데이트의 배경에 불과할 뿐, 세상은 오로지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자행되는 도서관 커플들의 만행은 솔로들의 사기를 저하 시키고 면학분위기를 해친다.


연애라는 사회문화적 자본을 획득하지 못한 솔로들에게 남은 것은 성적이요, 학점뿐이다. 허나 이런 무한계급들에게 행해지는 유한계급의 보이지 않는 폭력은 이렇게 도서관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인은 몇 가지 제안을 한다.

1. 도서관에 커플 열람실을 마련하라.

2. 일반 열람실 커플 추방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라.


첫째, 도서관에 커플 열람실을 마련하라. 더 이상 우리 솔로들은 이들의 억압에 순응 하지 않겠다. 강력한 커플-솔로 분리 정책으로 아름다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자. 도서관이란 공간을 바라보는 목적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점은 철저한 열람실의 분리, 운영으로 해결 할 수 있다. 열람실이 모자란다고? 이에 본인은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평소 여학생 열람실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본인은 현재 운영되는 여학생 열람실을 커플열람실로 바꿀 것을 권한다. 학습 및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들은 반드시 이 곳에서만 자리를 맡을 수 있게 배정하고 이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칸막이를 두칸에 하나씩, 즉 커플 사이에 칸막이를 치워버린 책상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왕이면 의자도 아예 붙어있는 것으로) 이미 극장, 피씨방, DVD방 등등이 커플 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 도서관이라고 못할 것이 없다. 이렇게 하여 솔로, 커플 두 집단 모두에게 아늑한 도서관 분위기를 제공하자.

둘째, 일반 열람실 커플 추방 전자 시스템을 도입하라.

이렇게 분리 정책을 했어도, 무언가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발동해 꼭 일반 열람실로 들어오는 커플들이 있기 마련이다. 혹은 시험기간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는 무리들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자좌석 지정 시스템의 활용을 권한다. 혹여 일반 열람실에 커플들이 난입해서 학습 분위기를 흐릴 경우 그 좌석에서 인접한 자리의 학생중 3명이상이 좌석 지정시스템에서 추방의견을 제시 할 경우 자동적으로 이들의 좌석은 소.멸.된다. 현재 운영되는 좌석 지정 프로그램에 약간의 수정만 가하면 이런 쌍방향적 좌석 소멸제도는 가능하리라 사료된다. '역시 디지털이란!'

본인의 이런 제안들은 도서관에서의 학습저해 분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더 나아가 커플들의 불합리한 지배체제에 당당히 저항하는 솔로들의 반격이라 명명하겠다.

솔로들은 세계 곳곳에서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는 모든 혁명운동을 지지했다. 허나 이런 운동들은 지극히 소심하게 이뤄졌고,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었다. 우리의 목적은 현재의 사회질서를 타도해야 달성될 수 있다. 이런 작은 혁명들로 솔로 계급이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솔로들이여, 단결하라!


*첫문단과 마지막 문단은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을 패러디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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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ighseek 2008/10/26 23:06 # 답글

    현재의 프로그램에 약간만 수정을 가하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공입니다.)

    만국의 솔로들이여, 단결하라!
  • nOiZe 2008/10/27 23:16 #

    저도 그날이 오길 기다립니다. ㅋ
  • 수국 2008/10/26 23:12 # 답글

    전 대학을 다닐 때도 대학 도서관에서 열람실을 쓰질 않아서..;; 잘 모르지만요..공부할 땐 항상 동네 도서관 여학생 열람실 이런데서 해서^^;
    학교 게시판을 보면 여자친구분 다리에 손을 얹어가며 에로영화 찍던 분도 상당수 있다고 하시고..으미 정말 커플은 같은 자리에 앉으면 안 됩니다. 좌 4열 우 3열 정도는 떨어져 줘야!!
  • nOiZe 2008/10/27 23:17 #

    네 저도 다리에 손얹고 엎어져 자는 바퀴벌레 한쌍을 본적이 있습니다. ㅋ
  • 메이파즈 2008/10/26 23:26 # 답글

    현재 독서실 총무를 하고 있습니다. 고3 여학생과 한 남학생이 현재 계단에서 정답게 떠들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요? 남학생은 독서실 이용자가 아닌 것 같은데....
  • nOiZe 2008/10/27 23:18 #

    총무님이야 말로 독서실 권력이 핵심 아니십니까.
    남학생에게 남의 장사방해하지 말고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ㅋ
  • highseek 2008/10/28 17:45 # 답글

    오늘 도서관 열람실에서 커플 한쌍이 한자리에 앉아서 공부는 커녕 둘이 껴안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더군요.

    데이트를 하려면 극장을 가던가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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