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 해설집 없는 매력적인 문제지 무비뷰비

 

 

* 내 생각엔 스포일러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영화의 내용이 녹아있기 때문에 영화를 볼 사람은 주의하세요.


시사회를 보고 와서, 다시 한번 감독의 단편을 보았다. <Alive in joburg>.

계급과 권력의 문제를 외계인이란 소재를 가져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발칙한 상상력. 중간중간 인터뷰 화면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현실성을 가져다주는 연출. 모든게 신선했고 장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난 112분의 장편영화를 보고 나서도 또 다시 단편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의식은 과거 좀비 영화들과 궤를 같이한다. 인간들은 자신들과 다른 생명체의 차이를 인식한 순간부터, 그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음을 알아버린 순간부터 핍박하고 차별한다. 뇌가없고 느린 좀비들은 도륙의 대상이 되었고(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인간들은 좀비들을 피해 그들만의 섬을 만들어 안락한 삶을 영위했다.(랜드오브데드)


디스트릭트 9에서의 외계인들은 이런 좀비들에 다름 아니다. 기존의 SF영화에서 보여졌던 침략자 외계인들과 달리 인간과 외계인의 권력관계는 이 영화에서 역전된다.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이 아닌 힘없고 나약한 우주 난민으로서의 외계인. 영화는 이런 권력 관계가 역전 되었을 경우, 혹은 나보다 더 낮은 계급이 생겼을 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얘기한다.


문제는 이 112분짜리 장편 영화가 6분짜리 신선했던 단편의 이야기에서 몇 발자국 못 나간다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은 단편과 유사한 방식으로 배경과 인물을 설명한다. 디스트릭트9에 수용되어 인간의 통제를 받는 외계인들. 이 지저분한 외계인들을 강제 이주시킬 임무를 맡고 있는 주인공 비커스. 중간에서 한번 더 외계인들을 등쳐먹는 나이지리아 갱들.


뉴스 보도화면과 카메라를 던져버릴 듯한 핸드헬드, 사회상을 풍자하는 주변인물들의 인터뷰 등 단편의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은 전반부를 지나면 기발한 정치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조금은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이쯤에서 끝나겠지.하며 조금씩 길어지는 액션씬을 보다 보니 정작 영화가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가 뭐였는지 애매모호해진다. 요란했던 액션씬이 끝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영화는 급하게 마무리 된다. 왜 갑자기 주인공은 순교자가 되어 외계인을 위해 희생한거지?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됐는데? 3년후에 돌아온다는 크리스토퍼는? 디스트릭트10에 이주한 다른 외계인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갈까? 그래서 감독은 뭘 얘기하고 싶었던거지? 풀리지 않는 질문들만 쌓인다.


단편에서 시작된 매력적인 질문지에 대한 답이 장편에는 없다. 답은 없더라도 물제풀이의 과정이라도 있어야 했는데 거친 액션의 낙서만 남겨놓고 연습장은 덮힌다. 출제자가(감독이) 답에 관심이 없는건지, 답을 모르는 건지, "3년 후"에 풀이집을 내놓을지는 모르겠다. 속편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기대가 컸던 나에겐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Alive in joburg>를 다시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얼마나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나 혼자 상상할 수 밖에 없을 뿐이다.


나에게 이 신선한 정치영화는 아직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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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1/06 10:5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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