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5일
의료보험 민영화는 이미 시작됐는가? 조선일보 14일자 기사를 보며...
14일자 조선일보 기획란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국가는 의료보장… 보험운영은 철저히 민간에
바로 밑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더군요.
실권도 없는데 관리비 1000억… 속터지는 건보공단
국가는 의료보장… 보험운영은 철저히 민간에
바로 밑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더군요.
실권도 없는데 관리비 1000억… 속터지는 건보공단
우선 첫번째 기사는 네덜란드의 의료 개혁을 집중적으로 보도 하면서 공(公)보험이 민간 보험형태로 바뀌어 생기는 이득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유럽 일대에 파란을 불러온 이 개혁의 핵심은 보험회사끼리 경쟁을 붙여 환자에게 돌아가는 서비스 질은 올리고 전체 의료비는 줄이자는 것이었다."
- 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상품으로만 생각하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의료 서비스가 단순히 다른 재화나 서비스처럼 상품의 특성만 가지고 있을까요? 의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들에 비해 비전문인인 소비자에게 의료서비스 흥정이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일종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소비자는 그저 보험회사나, 의사가 주는 약을 받고, 그들이 권하는 검사를 다른 대안의 고려없이 행해야합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힘이 약해 질 수 밖에 없는 의료서비스분야가 과연 완벽한 상품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보험 회사끼리의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값이 내려가고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점점 몸집을 불린 거대 보험회사들의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는 생각 안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건장한 체격의 30대 초반 회사원 베커씨는 보험료를 매달 60유로(한화 약 9만원)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내는 보험료 80~100유로(15만원)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이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자 이용 가능 병원을 20개로 제한하는 의료보험 상품을 계약한 덕분이다. 만약 베커 씨가 1년 동안 병원에 한 번도 안 간다면 최대 250유로(38만원)를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 이어서 "베커씨"의 경우를 들어서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으면" 보험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독자를 현혹시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베커씨처럼 보험금 환급받기 위해 1년내내 아프지맙시다! 라고 하면 행복한 엔딩이 되겠네요. 그런데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이 우리가 원해서 생기는 것인가요? 아니면 질병이 친절하게 미리 예고 통보를 하고 우리를 찾아 옵니까? 만약 베커씨가 민간의료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병에 걸리면 얼마를 내야하나요? 기사는 의료보험 민영화의 어두운면은 애써 감추고 있습니다.

*기사 중간에 나오는 표(기사 中 발췌)
- 중간에 나오는 표가 더욱 황당합니다. 밑에 자료의 출처는 자세하게 밝혔는데, 표에서의 용어 사용이 많이 아리송합니다.
"효과적인 약물처방"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것을 말합니까? 어떤 기준으로?
"안전하고 우수한 케어를 받는 비율" , "최고의 의료 기술을 받는 비율" <- 누가? 안전하고 우수한 케어를 받는 비율이 높은 겁니까?
이 좋은 혜택들을 가난한 사람부터 부유한 사람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제발 조선일보를 읽는 저소득 독자층의 눈을 속이지 마십시오.
그래도 너무 좋은 말만에서 미안한지, 마지막에 가서 약간의 우려를 보여줍니다.
".....일부 의료보험 전문가들은 민간보험회사를 통한 경쟁은 종국에 의료비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며 네덜란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문장에 이 사소한(?) 우려를 한방에 날려줄 멘트로 기사를 마무리 짓습니다.
".....(바로 이어서)....이에 대해 네덜란드 보건복지부 경제담당 프리도 크라넨(Frido Kraanen) 부이사관은 "환자와 소비자단체 임원이 보험회사 이사회 멤버의 30~40%를 맡고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과다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의료비 상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 이후에 이어지는 기사는 전적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까는' 기사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수정, 보완이 필요한 것은 공감하는데, 앞에서 유토피아 같은 네덜란드 사례로 독자를 현혹한 후 지옥같은(?) 우리나라 제도를 묘사하여 의료보험 민영화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너무 속보이는 기사입니다.
며칠전 복지부 장관은 당연지정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 "현행 의료 시스템을 원래대로 유지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정부에는 이렇게 말해도 이미 의료서비스 민영화는 꿈틀대고 있습니다. 메이저 신문사 기사 속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장 속에서, 그리고 그것에 세뇌당하는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교묘한 말장난, 그럴싸해 보이는 통계자료로 대중을 현혹하는 일은 무척이나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에 자신의 권익을 잃어버린 대중의 후회는 무척이나 뼈아픕니다. 속고 후회하고 속이고 다시 후회하는 악순환은 더이상 이어지지 읺았으면합니다.
# by | 2008/04/15 02:21 | 언어 수집가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